창작 3

진행중) 음식이 비명을 지르는 이야기(1차, 짧은 형식)

자기가 먹는 음식들이 비명을 지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지금도 알 수 없는 기분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러하다고 말해왔다. 그녀에게 비밀을 들은 지 이제는 10년이 넘었고, 고등학생 때 만났던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직업 특성상 집 밖으로 안 나가는 나는 결혼 후부터 그녀의 출근과 퇴근을 요리로 대접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녀의 출근은 더 빨라지고, 퇴근은 더 늦어지기 시작했다. 다시금 귀에 울리며 그녀를 괴롭게 한다는 밥상 위의 비명들. 그녀는 나름대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났었다고 한다. 농부, 채식주의 운동가, 유명한 요리사, 등등 인터뷰라는 명목으로 요리 도는 음식과 관련될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쳤던 걸까? 오늘 저녁에 그녀에게..

기타 창작 2023.03.04

꽃은 지기 위해 피진 않는다

눈사람에게 어제 하루는 얼마나 힘듣 날이었을까 지나가며 한 대씩 툭툭 치고 가는 아이들과 소중한 단추와 당근코도 빼앗아가기도 하는 학생들 눈사람은 오늘은 목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까 하고 잠깐 생각한다 꽃은 지기 위해 피진 않는다라는 말처럼 눈사람도 녹기 위해 오지 않는다 눈사람은 그럼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라도 어제처럼 이리저리 상처받거나 가만히 녹아가는 건 하고 싶지 않다 녹아도 차라리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녹아내리고 싶어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저물어 있는 꽃을 보며 저 꽃은 지기 위해 피진 않았겠구나 하고 생각에 잠기곤 해본다 집에 들어와도 반겨주는 이 아무도 없지만 눈사람은 조용히 귀가한다 신발을 벗고 에어컨도 키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조용히 앉아 찬바람을 쐬며 티브이를 보던 눈사람..

기타 창작 2023.03.04

거리

끝없는 꼬부랑길이 이어져가는 거리에 다급한 발소리가 가득찬다. 서로 손을 꼭 부여잡고서 두 남자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만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그들이 살던 마을에는 같은 성별간의 깊은 관계를 혐오하여 거리가 가까웠던 동성들을 더러운 동성애자라 부르며 마을 사람들의 돌팔매질이 이어졌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마음은 마을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깊이 저 깊이 무너졌다. ​ 그래서 이 마을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두 남자는 서로 손을 꼭 답고 뛰어다니지만 마을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마을 밖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기에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점점 더 마을의 어두운 곳으로만 뛰어간다. 뛰지 않는다면 걸음이 빠른 마을 사람들에게 금방 들킬 것이다..

기타 창작 2023.03.04